고소장은 어디에 내나 - 검찰청에서 반려당하고 배운 것
오늘은 오래된 일로 형사 고소를 하나 넣으려고 아침부터 나갔어요. 서류는 며칠 전부터 다 만들어 뒀고, 이제 내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하루를 거의 다 썼어요.
같은 실수를 하실 분이 계실 것 같아서, 오늘 배운 것만 적어 둘게요.
전자소송으로는 형사 고소가 안 돼요
저는 작년에 대법원 전자소송(ecfs.scourt.go.kr)으로 민사를 직접 해 본 적이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도 당연히 온라인으로 되는 줄 알았어요.
안 되더라고요. 전자소송은 법원 사건 전용이에요. 민사, 가사, 행정 같은 것들이요. 형사 고소는 수사기관에 내는 것이라 여기 안 들어가요.
형사사법포털(kics.go.kr)도 알아봤는데, 거기는 접수한 뒤에 진행 상황을 조회하는 곳이지 접수하는 곳이 아니었어요. 결국 방문이나 등기우편, 둘 중 하나예요.
검찰청에 냈다가 반려당했어요
형사소송법에 검사에게 직접 고소할 수 있다는 조문이 있어요. 그걸 보고 지방검찰청으로 갔어요.
그런데 관할이 아니라며 돌려보내더라고요. 해당 경찰서로 가라고요. 조문에 있는 것과 창구에서 실제로 되는 것은 다르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
여기서 제가 한 번 더 헤맸어요. 저희 집 근처 경찰서 이름을 대니까 거기가 아니래요.
관할은 사는 곳이 아니라 사건이 일어난 곳이에요
이게 오늘 제일 크게 배운 거예요.
- 고소인이 어디 사는지는 기준이 아니에요
- 그 일이 벌어진 장소를 관할하는 경찰서로 가야 해요
- 같은 구 안에도 경찰서가 둘 있을 수 있어요. 동 단위로 갈려요
저희 동네가 그랬어요. 같은 구인데 경찰서가 두 곳이고, 동에 따라 나뉘어 있었어요. 집이 있는 동은 A서, 사건이 있었던 동은 B서였고요. 미리 알았으면 아침에 한 번에 갔을 텐데요.
가시기 전에 전화 한 통이면 확인돼요. 「이 주소가 어느 경찰서 관할인가요」 하고 물어보시면 바로 알려줘요.
접수증을 받으면 이 세 줄을 보세요
오후에 관할 경찰서에 가서 접수를 마쳤어요. 접수증을 한 장 주는데, 처음 보는 서류라 그냥 받아서 나올 뻔했어요. 나중에 다시 보니 중요한 게 적혀 있었어요.
- 접수번호 - 앞으로 전화할 때마다 이 번호로 이야기해요
- 처리 주무부서와 전화번호 - 실제로 수사할 부서예요
- 처리완료 예정일 - 여기를 꼭 보세요
처리완료 예정일이 석 달 뒤로 찍혀 있었어요. 창구에서 기본값으로 넣는 날짜인 것 같았어요. 그런데 제 사건은 시간이 그렇게 여유 있지 않았거든요.
접수 담당자분께 전화로 여쭤보니, 담당 수사관이 배정되면 그때 이야기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배정을 기다리는 것과 별개로, 서면으로 한 장 더 내기로 했어요. 전화로 말한 건 기록에 안 남으니까요.
고소를 접수해도 시효가 멈추는 건 아니에요
저는 고소장만 넣으면 시간이 멈추는 줄 알았어요. 아니었어요.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가 멈추는 시점은 검사가 기소한 때예요. 고소를 접수한 날이 아니고요. 그러니까 「기한 안에 내면 된다」가 아니라 「빨리 내야 수사할 시간이 남는다」인 거예요.
시효가 얼마나 남았는지는 죄명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건 제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고 봤어요. 그래서 변호사께 여쭤보기로 했어요.
기록에도 보존기간이 있어요
증거로 쓸 자료를 알아보다가 알게 된 건데요, 의료기관이 가진 기록에는 법으로 정한 보존기간이 있어요. 의료법 시행규칙에 나와 있어요.
- 진료기록부 10년
- 간호기록부 5년
- 처방전 2년
제가 필요한 자료 중 하나는 보존기간이 이미 지나 있었어요. 다행히 창구에서 「전산화되면서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요.
오래된 일로 무언가를 하실 계획이 있다면, 서류부터 먼저 챙기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마음이 준비되기를 기다리는 사이에 기록이 먼저 없어질 수 있더라고요.
혼자 못 하겠으면 무료로 도와주는 곳이 있어요
변호사 비용이 부담되면 공익법단체를 찾아보시면 돼요. 오늘 알아본 곳들이에요.
- 공익법단체 두루(duroo.org)
- 공익인권법재단 공감(kpil.org)
- 재단법인 동천(bkl.or.kr)
세 곳 다 서울에 있어서, 저처럼 멀리 사는 사람은 팩스나 메일로 먼저 보내고 회신을 기다리면 돼요. 사건을 골라 받기는 하지만, 안 된다는 답이 와도 방향은 알려주는 경우가 있어서 일단 보내보기로 했어요.
장애가 있으신 분은 장애인권익옹호기관(1644-8295)도 있어요. 전국 번호로 걸면 가까운 지역 기관으로 연결돼요. 저는 이쪽이 차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어서 오늘 전화를 넣어봤어요.
오늘 정리하면
- 형사 고소는 온라인으로 안 되고, 방문이나 등기우편으로만 돼요
- 관할은 사는 곳이 아니라 사건이 일어난 곳 기준이에요
- 가시기 전에 전화로 관할부터 확인하세요
- 접수증의 처리완료 예정일을 꼭 보세요
- 접수만으로 시효가 멈추지는 않아요
- 필요한 기록에 보존기간이 있는지 먼저 알아보세요
- 전화로 들은 이야기는 기록에 안 남아요. 중요한 건 서면으로 내세요
하루를 버린 것 같았는데, 적어놓고 보니 배운 게 꽤 있네요.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으면 아침에 전화 한 통 먼저 걸 거예요.
* 이 글은 제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어요. 절차나 기준은 바뀔 수 있으니, 실제로 진행하실 때는 해당 기관에 최신 내용을 한 번 더 확인해보시길 권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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