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브랜드로 만들어 팔려면 공장이 있어야 하는 줄 알았어요



지난주에 위탁판매 공급처 자료를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하는 글을 썼어요. 그 글을 쓰면서 내내 걸리던 게 하나 있었어요.


남의 물건을 받아서 파는 동안은, 가격도 재고도 상세페이지도 제 손에 없다는 거였어요. 제가 아무리 잘 팔아도 남는 건 정해져 있고요.


그래서 이번 주에는 내 이름을 붙인 물건을 만들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봤어요. 아직 결론은 안 났는데, 알아본 순서만 적어둘게요.


지인 얘기를 듣고 시작했어요


건강기능식품을 만들어 파는 걸로 수익을 냈다는 얘기를 지인한테 들었어요. 듣고 나서 며칠을 그냥 흘려보냈어요. 남 얘기니까요.


그런데 계속 생각이 나더라고요. 제가 파는 제품들은 다 남의 브랜드예요. 오늘 잘 팔려도 공급처가 거래를 끊으면 그날로 없어지는 매출이고요.


그래서 일단 뭐가 필요한지부터 세어보기로 했어요.


공장을 차리는 줄 알았어요


처음엔 제조업 허가를 검색했어요. 시설 기준이 어떻고 면적이 어떻고 하는 게 나오는데, 읽다가 그냥 접었어요. 제 규모로 될 일이 아니었어요.


며칠 뒤에 다시 찾아보고 알았어요. 제가 하려는 건 제조가 아니었어요. 공장은 GMP 받은 업체에 맡기고 제 상표만 붙여서 파는 거니까, 필요한 건 건강기능식품 유통전문판매업 신고더라고요.


관할 시·군·구청 위생과에 신고해요. 제가 확인한 바로는 이런 것들이 필요했어요.


- 영업신고서

- 위생교육 이수증 (4시간)

- 위탁생산계약서

- 보관시설을 빌려 쓰면 임대차계약서

- 수수료 28,000원


인터넷으로만 팔면 영업시설 배치도는 따로 안 낸다고 돼 있었어요. 다만 제가 본 자료가 몇 해 지난 것들이라, 이건 구청에 전화해서 다시 확인할 생각이에요. 여기 적은 것도 그대로 믿지 마시고 관할에 한 번 물어보세요.


허가보다 GMP가 벽이었어요


서류는 생각보다 간단했는데, 진짜 벽은 다른 데 있었어요.


건강기능식품은 GMP를 받은 공장에서만 만들 수 있어요. GMP가 없는 업체는 일반식품만 만들 수 있고요. 그러니까 만들고 싶은 게 뭐냐에 따라 갈 수 있는 공장이 처음부터 갈려요.


이게 저한테는 남 얘기가 아니었어요. 제가 파는 것 중에 당류가공품으로 분류되는 게 있는데, 그건 일반식품이라 GMP가 없어도 만들 수 있어요. 대신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되는 것들은 GMP 업체 아니면 아예 못 만들고요.


식품유형이 왜 중요한지는 예전에 한 번 정리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표기 때문에 중요한 줄만 알았어요. 만드는 쪽으로 오니까 어느 공장에 갈 수 있느냐까지 이걸로 갈리더라고요.


업체 목록은 있는데 전화번호가 없었어요


여기서 반나절을 썼어요.


식품안전나라(foodsafetykorea.go.kr)에 업체 검색이 있어요. 여기서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를 지역별로 뽑을 수 있는데, 주소랑 업종은 나오는데 전화번호가 없어요. 목록만 백 몇 곳을 손에 쥐고도 전화를 못 거는 상태가 된 거예요.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를 받으면 되겠다 싶어서 localdata.go.kr에 들어갔는데 접속이 안 됐어요. 그것도 한참 붙잡고 있었고요.


결국은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khff.or.kr) 회원사 명부에서 전화번호를 찾아 하나씩 맞춰봤어요. 경기도 126곳 중에 40곳, 인천·서울 12곳 중에 6곳 정도 번호를 채웠어요. 나머지는 아직 못 채웠어요.


돌아보면 순서가 틀렸어요. 목록부터 크게 뽑을 게 아니라, 협회 명부처럼 연락처가 붙어 있는 자료를 먼저 봤어야 했어요. 큰 목록을 만들어놓은 게 일한 것 같은 기분은 들었는데, 정작 전화 한 통 못 걸었으니까요.


1,000만 원 앞에서 멈췄어요


번호를 확보한 곳 중 GMP를 가진 업체 한 곳의 조건을 봤는데, 최소 주문 수량이 6만 정에 금액이 천만 원쯤 됐어요. 이것도 몇 해 전 자료라 지금은 다를 거예요.


그래도 숫자를 보고 바로 알겠더라고요. 위탁판매는 재고가 0이에요. 팔리면 공급처에서 나가고 저는 돈만 정산받아요. 잘못 골라도 제 창고에 남는 게 없어요.


제 브랜드로 만든다는 건 그 6만 정이 통째로 제 짐이 된다는 뜻이에요. 마진을 가져오는 대신 안 팔릴 위험도 같이 가져오는 거고요. 지금 사무실 옮기는 것도 계산하고 있는 마당이라, 그 자리에서 결정할 수 있는 금액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견적 요청서만 만들어뒀어요


결정을 미룬 대신, 물어볼 것만 한 장으로 정리해뒀어요. 업체마다 말이 다르면 비교가 안 되니까요.


- GMP를 가지고 있는지

- 최소 주문 수량과 그때 드는 금액

- 이미 만들어본 품목에 제가 생각하는 게 있는지

- 있다면 그 처방을 그대로 쓸 수 있는지

- 용기와 라벨, 표시사항은 어디까지 해주는지

- 주문부터 받기까지 며칠 걸리는지


이미 만들어본 품목을 묻는 건, 처방을 새로 짜면 시간이랑 돈이 또 들어가서예요. 제가 팔던 것과 비슷한 걸 이미 만들고 있는 곳이면 훨씬 빨리 갈 수 있겠더라고요.


지금 같은 걸 알아보시는 분께


저는 아직 아무것도 안 정했어요. 전화도 이번 주에 돌려볼 참이고요. 그래서 이렇게 하면 된다는 말은 못 드리겠어요.


다만 하나만 미리 확인하시면 며칠은 아끼실 거예요. 만들고 싶은 게 건강기능식품인지 일반식품인지부터 정하세요. 그거 하나로 갈 수 있는 공장이 갈리고, 필요한 서류도 각오해야 할 금액도 다 달라져요.


저는 그걸 모르고 제조업 허가부터 읽다가 며칠을 흘려보냈어요. 시작을 늦춘 건 서류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제가 뭘 하려는 건지 정확히 몰라서였어요.


* 이 글은 제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어요. 신고 절차나 구비서류는 제가 확인한 자료가 최신이 아닐 수 있으니, 관할 구청이나 식품안전나라에서 최신 내용을 한 번 더 확인해보시길 권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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