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하나를 알아보는데 사업이 두 개였어요
소독업 신고에서 마지막에 남은 게 창고였어요. 그래서 이번 주에 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조건을 종이에 적다가 좀 이상한 걸 알았어요.
제가 하려던 다른 일도 똑같은 자리를 필요로 하고 있었어요.
창고가 필요한 이유가 두 개였어요
하나는 소독업이에요. 신고 요건에 사무실과 구획된 창고가 들어가요. 약품이랑 장비를 잠글 수 있게 두어야 하니까요.
또 하나는 중고 컴퓨터예요. 관공서에서 쓰던 컴퓨터를 매입해서 분해하고, 쓸 수 있는 부품을 골라 되파는 일을 준비하고 있어요. 이건 물건을 쌓아두고 뜯을 자리가 있어야 시작이 돼요.
따로따로 볼 때는 각각 돈이 드는 일이었어요. 그런데 붙여놓고 보니 필요한 게 같은 자리 하나였어요.
임차료를 둘이 나눠 지는 구조가 돼요
혼자 하는 사람한테 제일 무서운 게 고정비예요. 매출이 없어도 매달 나가니까요.
그런데 한 공간을 두 사업이 같이 쓰면, 그 달에 소독 일이 없어도 컴퓨터 쪽에서 돌아가요. 반대로 컴퓨터 매입이 뜸한 달에는 소독 발주가 나오고요.
소독은 발주 시기가 정해져 있어요. 어린이놀이시설 소독 같은 건 법으로 정기 점검이 잡혀 있어서 매년 비슷한 때 나와요. 그 사이 빈 달을 다른 일로 메우는 거예요.
차도 같이 써요. 1톤 화물차 한 대면 소독 장비도 싣고 폐컴퓨터도 실어요. 낙찰 나면 그때 빌려도 되고요.
업태를 제조까지 같이 넣기로 했어요
처음엔 이걸 도소매로만 보고 있었어요. 사와서 골라서 되파는 거니까요.
그런데 실제로 하는 일을 뜯어보면 분해하고 선별해서 쓸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 내보내는 과정이 들어가요. 이건 재생용 재료를 가공하는 쪽이라 제조로 잡을 수 있어요.
사업자등록은 업태와 종목을 하나만 넣는 게 아니에요. 여러 개를 같이 올릴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제조업과 도매 및 소매업을 같이 넣는 쪽으로 보고 있어요.
이렇게 하면 부품을 골라 파는 것도 되고, 분해해서 재료로 넘기는 것도 한 사업자 안에서 돼요. 나중에 거래처가 세금계산서를 요구할 때 업종이 안 맞아서 막히는 일도 줄고요.
업태가 제조면 자리 선택지가 넓어져요
이게 자리 문제하고 바로 이어져요.
국가산업단지 산업시설구역은 원칙이 제조업이에요. 도소매만 있으면 입주계약이 안 나올 수 있어요. 그런데 제조업이 업태에 들어가 있으면 그 문이 열려요.
저는 남동공단 쪽을 보고 있어요. 관할 구청이 같아서 소독업 신고하고도 맞고요.
다만 업태에 제조가 적혀 있다고 자동으로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업종코드로 입주가 되는지는 한국산업단지공단(kicox.or.kr) 인천지역본부에 먼저 물어봐야 해요. 저는 계약 전에 이걸 확인하려고요.
자리를 보러 갈 때 챙길 것
저는 이번에 이 목록을 만들어서 들고 다니려고요.
- 건축물대장상 용도가 창고시설이나 공장인지
- 사무실과 창고를 구획할 수 있는 구조인지
- 환기가 되고 문을 잠글 수 있는지
- 1톤 차가 들어와서 짐을 내릴 수 있는지
- 전기 용량이 되는지
- 임대인이 사업자등록 주소로 쓰는 걸 허락하는지
마지막 항목이 은근히 걸려요. 신고를 하려면 그 주소가 사업장으로 잡혀야 하니까요.
한 곳 보고 왔어요
공장 자리를 하나 보고 왔어요. 2층 복층이고 보증금 1,200만원에 월세 120만원, 관리비는 별도예요.
처음 들었을 땐 월 120만원이 크게 느껴졌어요. 매출이 아직 없는 상태니까요.
그런데 이 자리를 두 사업이 같이 쓴다고 놓고 보면 하나당 60만원이에요. 여기에 관리비가 붙는 걸 감안해도, 따로 두 곳을 얻는 것보다는 훨씬 적어요.
소독 수의계약 한 건이 3천만원대예요. 한 건만 되어도 1년 치 월세가 나와요. 그렇게 놓고 보면 이 자리는 비용이라기보다 자격 조건에 가까워요. 창고가 없으면 신고 자체가 안 되고, 신고가 없으면 그 공고에 견적을 못 넣으니까요.
물론 한 건도 못 따면 그냥 나가는 돈이에요. 그래서 계약 전에 공고가 실제로 얼마나 자주 나오는지, 제가 넣을 수 있는 게 몇 건인지를 먼저 세어보려고요.
복층이라 구획이 저절로 돼요
제가 본 자리는 2층 복층이에요. 2층에서 업무를 보고 1층에서 작업을 하는 구조예요. 베란다가 있어서 거기를 창고로 쓸 수 있고요.
이게 왜 반가웠냐면, 소독업 신고 요건에 사무실과 창고가 구획되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거든요. 한 층짜리 사무실이면 가벽을 세우든 뭘 하든 따로 나눠야 해요.
여기는 층이 이미 나뉘어 있어요. 위는 사무실, 아래는 작업장, 베란다는 보관. 제가 만들 게 아니라 건물이 이미 그렇게 생겼어요.
중고 컴퓨터 분해도 1층에서 하면 돼요. 짐을 내리고 뜯고 골라내는 게 다 아래층에서 끝나요. 서류 작업하러 위로 올라가면 되고요.
다만 베란다는 아직 확실히 못 봤어요. 문이 달려 있는지를 그날 제대로 안 봤거든요.
이게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에요. 소독 약품을 두는 창고는 환기가 되고 잠글 수 있어야 하거든요. 베란다가 바깥으로 트여 있고 문이 없으면 그 요건이 안 돼요. 문을 다는 건 큰일이 아니지만, 그걸 누가 다는지는 계약할 때 정해야 해요.
바로 들어가는 자리는 아니에요
지금 그 자리를 쓰는 분 계약이 10월 14일에 끝나요. 그러니까 제가 들어갈 수 있는 건 그 뒤예요.
처음엔 두 달이나 기다려야 하나 싶었는데, 오히려 이게 나은 면이 있어요.
지금 쓰는 사무실을 거기 맞춰서 빼면 돼요. 두 곳 임차료를 겹쳐 내는 달이 안 생겨요. 혼자 하는 입장에서는 이 한 달 겹치는 게 꽤 큰 돈이에요.
장비 사는 시점도 맞아요. 저는 9월에 일반과세자로 바뀌어서, 그 뒤에 세금계산서 받고 소독 장비를 사려고 미뤄뒀거든요. 사놓고 둘 데가 없으면 곤란한데, 10월에 자리가 생기니까 순서가 어긋나지 않아요.
대신 이건 알고 가야 해요. 창고 주소가 정해져야 소독업 신고가 되고, 신고가 되어야 그 업종 제한이 걸린 공고에 견적을 넣을 수 있어요. 그러니까 10월 중순 전에 나오는 공고는 못 넣어요.
그 두 달 동안 놀 수는 없으니, 저는 그 사이에 공고가 실제로 몇 건이나 나오는지 세어보고 단가를 잡아두려고요.
정리하면 이래요
- 창고 한 곳이 소독업 시설 요건과 중고 컴퓨터 작업장을 같이 해결한다
- 한 공간을 두 사업이 쓰면 고정비를 나눠 지고 비수기를 메운다
- 업태에 제조업과 도매 및 소매업을 같이 넣으면 분해·선별과 되파는 것을 한 사업자로 한다
- 산업단지 산업시설구역은 제조업이 원칙이라 업태에 제조가 있으면 자리 선택지가 넓어진다
- 자리를 볼 때 용도·구획·환기·진입로·전기·주소 사용 여부를 본다
- 앞 사람 만기에 맞춰 지금 사무실을 빼면 임차료가 겹치는 달이 안 생긴다
9월 1일에 계약하러 가기로 했어요.
그날이 마침 제가 일반과세자로 바뀌는 날이에요. 간이과세일 때는 세금계산서를 못 받아도 어차피 공제가 안 됐는데, 이제는 계약하면서 받는 서류가 다 증빙이 돼요. 날짜가 우연히 맞았어요.
계약하러 가서 도장 찍기 전에 볼 것도 정해뒀어요. 베란다에 문이 있는지, 전기 용량이 되는지, 이 주소를 사업자등록 주소로 써도 되는지. 이 세 개는 계약서에 도장 찍고 나면 물어봐야 소용이 없어요.
그래도 하나 배운 건, 사업을 하나씩 따로 계산하다가 붙여놓고 보면 안 보이던 게 보인다는 거예요. 저는 창고 하나 값을 두 번 낼 뻔했어요.
* 이 글은 제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어요. 용도나 입주 조건은 지역과 건물마다 다르니 실제 계약 전에 관할 기관과 임대인에게 한 번 더 확인해보시길 권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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