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11개월차인데 최고경영자과정에 들어갔어요
요즘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에 갑니다. 인천에서 서울이면 가까운 거리는 아니에요. 그런데도 다니기로 한 이유가 있어서, 오늘은 그 이야기를 적어보려고요.
자난주에 목요일 저희가 교육 받을 날 빌딩이 무슨이유 인지 정전이 되어 강의를 변경 해야 한다를 문자가 왔습니다 추후 일정을 잡아 보강 해야 한다는 내용 이었어요
이번 교육이 나 같은 규모가 사업자도 참여가 되나 싶었어요
과정 이름이 최고경영자과정이에요. 이름만 보고 저는 바로 접었어요. 최고경영자라는 말이 저랑은 거리가 멀게 느껴졌거든요.
제가 사업자를 낸 게 작년 9월이에요. 이 글 쓰는 지금이 11개월차예요. 중간에 5개월 휴업도 했었구요직원도 없고 저 혼자 하고 있고요. 매출이 크게 나는 것도 아니에요. 그런 사람이 최고경영자과정을 신청한다는 게 어색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이런 생각이었어요.
- 나보다 오래 하신 분들이 가는 자리 아닌가
- 규모가 있어야 뽑히는 거 아닌가
- 괜히 넣었다가 떨어지면 그것도 그렇고
그래서 며칠을 그냥 넘겼어요.
그래도 넣어봤어요
결국 넣게 된 건 공고를 봤기 때문이에요. 저는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debc.or.kr) 공고를 자주 들여다보는 편이에요. 지원사업이나 자금 공고가 올라오는 곳이라 습관처럼 보고 있거든요. 거기서 모집 공고를 봤어요.
공고를 읽어보니 제가 걱정하던 조건이 없었어요. 매출이 얼마 이상이어야 한다든가, 몇 년 이상 해야 한다든가 하는 게 안 걸려 있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넣어보자고 생각했어요.
신청은 생각보다 간단했어요. 낸 서류가 없어요. 사업계획서도, 매출 자료도 안 냈어요. 선착순으로 쉰다섯 명을 받는다고 돼 있었고, 저는 연락을 넣었어요. 그게 다예요.
그런데 나중에 들으니 백열 명이 연락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정원의 두 배예요. 그래서 재단에서 급하게 회의를 했고, 반을 두 개로 나누기로 했대요. A반과 B반이 그래서 생긴 거예요. 백열 명이 다 들어오게 됐고요.
이 얘기를 듣고 좀 아찔했어요. 서류 심사가 있었으면 저는 애초에 안 넣었을 거예요. 그런데 서류가 아니라 선착순이었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이름만 보고 며칠 미룬 게, 사실은 제일 위험한 짓이었던 거예요. 반을 늘려주지 않았으면 저는 못 들어갔어요.
지나고 보니, 제가 며칠 미룬 건 조건 때문이 아니라 제 생각 때문이었어요. 공고를 끝까지 읽어보지도 않고 이름만 보고 접었던 거예요.
1기라는 게 이런 거더라고요
들어가 보니 A반 1기예요. 같이 듣는 분이 쉰 명이 넘어요.
교육은 모두 열 번이에요. 목요일에 일곱 번, 수요일에 세 번 하는 걸로 날짜가 처음부터 다 정해져서 나왔어요. 언제 오라고 그때그때 알려주는 게 아니라, 시작할 때 열 번 날짜가 한 번에 박혀 나오더라고요. 저는 지금 여섯 번 다녀왔고 네 번 남았어요.
출석은 지금까지 다 채웠어요. 열 번밖에 안 되니까 한 번 빠지면 표가 나거든요. 서울까지 가는 게 만만치는 않은데, 날짜가 미리 나와 있으니 그날은 다른 일을 안 잡고 비워두고 있어요.
1기라서 좋은 점도 있고 불편한 점도 있어요. 앞에 아무도 없으니까 물어볼 데가 없어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무도 모르고, 담당자분들도 처음이라 같이 맞춰가는 느낌이에요.
대신 정해진 게 없다는 건 의견을 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더라고요. 2기, 3기가 생기면 그때는 이미 방식이 굳어 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총무를 하겠다고 손을 들었어요
임원을 뽑는 자리가 있었어요.
반장은 하겠다고 나선 분들 중에서 표를 제일 많이 받은 분이 됐어요. 부반장하고 홍보부장은 다른 분들이 추천해서 정해졌고요. 세 자리는 그렇게 채워졌어요.
그런데 총무 해보실 분 계시냐고 물었을 때는, 아무도 손을 안 들더라고요. 잠깐 조용했어요.
다들 비슷한 생각이셨을 것 같아요. 일이 많을 것 같고, 돈을 만지는 자리니까요. 저도 그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에요.
그런데 그 조용한 틈에 제가 손을 들었어요.
총무는 봉사하는 자리라고들 해요. 회비 걷고, 연락 돌리고, 챙기는 일이니까요. 실제로 그런 자리 맞아요.
그런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봤어요. 쉰 명이 넘는 자리에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아무도 저를 몰라요. 저는 혼자 일하는 사람이라 사람 만날 일이 별로 없거든요. 그런 사람한테 이런 자리는 그냥 오는 게 아니에요.
대신 하나는 정해뒀어요. 회비는 기록으로 남기기로요. 걷은 돈과 쓴 돈을 표로 만들어서 언제든 볼 수 있게 하려고 해요. 총무가 곤란해지는 경우는 대부분 돈 때문이더라고요. 나쁜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기록이 없어서요.
숙제가 나왔어요
교육이 강의만 듣고 끝나는 게 아니었어요. 숙제가 나와요.
- 과정에 ai 관련 강의가 3일 있었어요 잘못 해도 좋으니 영상을 만들어서 발표 해보자는 것 이에요
- 명칭 연우수첩에 각각의 사업자등의 명부 인셈이죠 들어갈 사진을 내는 것
영상 숙제를 받고 처음에는 좀 막막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제가 요즘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더라고요. 이 블로그도 그렇고, 짧은 영상도 만들어보고 있으니까요.
배운 걸로 뭘 하나 만들어서 가져가 볼까 해요. 강의를 들었다는 것보다 그게 더 확실하게 남을 것 같아서요. 사실 저도 이런 걸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어요. 몰라서 못 하는 거지 어려워서 못 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절반쯤 와서 적어보는 총평
열 번 중에 여섯 번을 다녀왔으니 절반은 넘었어요. 지금까지 느낀 걸 적어볼게요.
좋았던 건 날짜가 처음부터 다 나와 있다는 거예요. 혼자 일하면 일정을 전부 스스로 잡아야 하는데, 밖에서 정해준 날짜가 열 개 있으니까 그날은 무조건 비워두게 되더라고요. 억지로 생긴 리듬 같은 거예요. 혼자 하시는 분들은 이게 무슨 말인지 아실 거예요.
두 번째는 사람이에요. 저는 사무실에서 혼자 일해요. 하루 종일 아무하고도 말을 안 하는 날이 있어요. 그런데 여기 오면 쉰 명이 넘게 있고, 다들 저처럼 각자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에요.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얻는 게 있더라고요.
아쉬운 것도 있어요.
- 인천에서 서울이면 가는 데만 시간이 꽤 걸려요. 교육 시간은 5시간 교육이 있는 날은 하루가 통째로 나가요
- 1기라 물어볼 데가 없어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무도 몰라서 저희끼리 맞춰가고 있어요
그래도 저는 다니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이름만 보고 접었으면 이 중에 하나도 없었을 테니까요. 남은 네 번도 빠지지 않고 다니려고 해요.
지금 망설이고 계신 분께
혹시 저처럼 공고를 보고 이름만으로 접으신 게 있다면, 조건만 한 번 읽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가 며칠을 미룬 이유가 결국 제 짐작이었어요. 매출이 얼마여야 한다거나 몇 년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으면 못 넣었을 텐데, 읽어보니 그런 게 없었거든요. 안 되는 건 공고가 알려줘요. 읽기 전에 제가 먼저 접을 일은 아니었어요.
그리고 이런 건 선착순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심사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자리가 없어서 못 들어가는 거예요. 고민하는 동안 채워지면 그걸로 끝이에요. 저는 운이 좋아서 들어갔지만, 다음에는 안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 이 글은 제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어요. 모집 조건이나 일정은 회차마다 달라질 수 있으니, 지원을 생각하고 계시면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debc.or.kr)에서 최신 내용을 한 번 더 확인해보시길 권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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